책장을 넘기지 않아도 된다. 눈을 감고도 책을 ‘읽을’ 수 있는 시대, 오디오북이 독서의 새로운 방식으로 자리잡고 있다. 스마트폰과 이어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시대다. 과연 오디오북은 ‘읽기’의 대체제가 될 수 있을까, 아니면 완전히 새로운 독서 문화의 탄생일까?
-매년 두 자릿수 성장률… 오디오북의 질주
2024년 6월 발표된 마켓어스(Market us)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오디오북 시장 규모가 2023년 약 53억 달러(한화 약 7.3조 원)에 이르며, 연평균 26% 이상의 고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듣는 콘텐츠’에 대한 소비자 수요가 급격히 증가한 점이 시장 성장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사진: 글로벌 오디오북 시장 규모(출처 : 마켓어스 오디오북 마켓 보고서)국내 시장도 마찬가지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오디오북 시장 규모는 2019년 171억 원에서 2020년 약 300억 원으로 성장했고, 2024년에는 1,080억 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4년 만에 6배 이상 성장하는 셈이다.
비록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시장 규모는 작지만, 연평균 30% 이상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며 유망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아울러, 종이책 시장이 정체 국면에 접어든 상황에서 오디오북은 출판사의 신규 유통 채널이자 젊은 독자를 확보할 전략 카드로 떠오르고 있다.
-읽지 않고 듣는 독서, 오디오북의 학습 효과는?
오디오북을 둘러싼 주요 논쟁 중 하나는 ‘과연 듣는 것이 읽는 것만큼 효과적인가’라는 점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뇌가 텍스트와 음성을 처리하는 방식에는 차이가 있지만, 이해도나 기억력 측면에서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심리학자 다니엘 윌링엄(Daniel Willingham)은 “우리가 이야기를 듣고 이해하는 능력은 아주 어린 시절부터 발달해 왔으며, 대부분의 경우 오디오 콘텐츠도 충분한 학습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여러 연구 결과에서도 오디오북은 읽기와 유사한 수준의 학습 및 정보 습득 효과를 제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시각적 텍스트와 청각적 정보를 동시에 활용하는 학습자들은 기억력과 이해도가 더욱 향상되는 경향을 보인다. 이와 함께 오디오북 청취는 복잡한 문장을 처리하고 이를 상상하며 되새기는 과정을 통해 뇌 활동을 활성화시키며, 특히 ‘내적 말하기(inner speech)’ 과정이 청취자의 몰입감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라는 과학적 근거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러한 과학적 발견과 AI 기술의 융합을 통해, AI 오디오북은 독서의 경계를 확장하며 차세대 독서 문화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이동 중이나 운동할 때처럼 손과 눈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학습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시간 활용 측면에서도 큰 장점을 지닌다.
오디오북의 또 다른 강점은 바로 ‘음성의 매력’이다. 전문 성우나 배우가 감정을 담아 읽어주는 소설 한 편은 마치 라디오 드라마를 듣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최근에는 AI 성우나 작가 본인이 직접 낭독하는 사례도 증가하며 듣는 독서의 경험이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특히 시나 수필 장르는 오디오북에서 그 진가를 더욱 발휘하며, 음성으로 전달되는 운율과 감정은 때로 글보다 더 깊은 감동을 선사하기도 한다.
-국민 독서율 높일 새로운 열쇠 ‘오디오북’
2024년 미국 공공도서관을 통한 디지털 대출 건수는 7억 3,900만 건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17% 증가했다. 이 중 오디오북 대출은 2억 3,500만 건으로, 전년 대비 23%의 성장률을 보였다. 이러한 성장세는 오디오북 전용 앱의 확산과 디지털 콘텐츠 접근성 개선 덕분으로 분석된다.
2023년 미국 성인의 38%가 오디오북을 청취했으며, 이는 전년도 35%에서 증가한 수치다. 오디오 출판사 협회(Audio Publishers Association)의 연례 소비자 조사에 따르면, 오디오북 이용자의 46%는 도서관에서 오디오북을 빌린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반면 국내 상황은 아직 초기 단계다. 국내 17개 광역대표도서관이 보유한 오디오북은 약 7만 1,000권으로 전체 도서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오디오북을 통한 독서 환경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국내 도서관들도 오디오북 콘텐츠 확충을 통해 접근성을 개선하고, 멀티태스킹이 가능한 오디오북의 특성을 활용해 국민 독서율을 제고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 광역(지역) 대표도서관 오디오북 보유율(출처 : 국가도서관통계시스템 2024년 통계결과표(공공))-도서관 중심 전략으로 국내 오디오북 시장을 주도하는 오디언
2006년 국내 최초로 오디오북 제작을 시작한 오디언이 국내 오디오북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보이며, 공공 및 대학도서관을 중심으로 활발한 콘텐츠 유통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약 1만8천 권 이상의 오디오북을 보유하고 있으며, 500개 이상의 출판사와 제휴해 다양한 기관에 오디오북을 제작·공급하고 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발표한 ‘2020년 오디오북 산업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유효 오디오북 수는 약 2만5,309권으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매년 약 6,000권이 신규 출시됐다. 이를 바탕으로 추산된 2024년 국내 오디오북 유통량은 약 5만 건에 달하며, 오디언이 보유한 콘텐츠는 전체의 약 36%를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오디언은 2024년 한 해 동안 434개 출판사의 6,043개 작품, 총 2만7,227권의 도서를 도서관에 공급했다. 최근 3년간에는 585개 출판사의 1만1,206개 작품, 총 10만3,077권을 전국 약 850개 도서관에 유통하며 업계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와 함께 오디언이 운영하는 오디오북 무료 앱인 ‘오디언 도서관’을 통한 이용도 활발하다. 2024년 기준 약 10만 명의 회원이 총 1만5,890권의 오디오북을 스트리밍 또는 다운로드 방식으로 약 800만 회 청취한 것으로 집계되면서, 도서관 오디오북 시장 내 오디언의 영향력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특히 오디언은 도서관 유통을 통해 장애인, 노령층, 어린이 등 정보 취약계층의 접근성 확대에도 기여하고 있다. 시각장애인이나 고령층에게는 대체 독서 수단으로, 어린이에게는 동화나 그림책을 음성으로 제공하는 교육적 효과도 기대된다.
아울러 실버타운, 어린이·장애인 복지시설 등에도 오디오북 체험 공간과 콘텐츠를 확대하며 디지털 독서 접근성 향상과 정서적 만족도 증진에 힘쓰고 있다. 향후 더 많은 복지시설로 서비스 확대를 추진 중이다.
오디언 관계자는 “오디오북은 단순한 콘텐츠 소비 수단을 넘어, 정보 소외계층의 문화 접근성을 넓히는 중요한 매개체”라며 “앞으로도 도서관과 교육기관과의 협력을 강화해 더 많은 사람들이 책과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오디언은 도서관의 규모와 수요에 맞춘 다양한 맞춤형 지원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작품 구매 금액에 따라 오디오북 체험 공간 및 키오스크를 무상 제공하며, AI 오디오북 200종 기증 프로그램과 함께 전자박람회 및 독서 행사 참여 시 사은품과 다독자 기념품을 제공하는 등 적극적인 이용자 참여 유도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전략은 도서관의 콘텐츠 확충과 함께 체험 중심의 디지털 독서 환경 조성에 실질적인 기여를 하고 있으며, 2024년 상반기에는 토평도서관, KB골든라이프케어 은평빌리지, 중앙대학교 안성캠퍼스, 가천대학교 등 다양한 기관이 오디언과 협력해 오디오북 서비스를 도입한 바 있다.
오디언의 또 다른 차별화 요소는 ‘소장형 오디오북’ 공급 모델이다. 자체 제작한 오디오북을 도서관에 3년간 독점 공급하며, 1회 구매 후 영구 이용이 가능하고 무제한 다운로드 및 스트리밍을 지원해 구독형 모델에 비해 예산 운용의 효율성을 높였다. 이 모델은 도서관의 장기 구독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높은 콘텐츠 활용률과 함께 도서의 디지털 자산화를 가능하게 해 문화유산의 아카이빙 측면에서도 의미 있는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 오디언은 도서전 등 다양한 행사에 참여해 오디오북을 알리는 한편, 도서관이 구매한 오디오북을 시민들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오디언 도서관' 앱도 운영하고 있다.-오디언, 차세대 AI 오디오북 본격화… TTS 한계 넘는 차별화 전략
AI가 전 산업에서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부각되는 가운데, 오디오북 분야에서도 인공지능(AI) 음성 기술이 적극 도입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오디언이 AI 오디오북 시장에 본격 진출하며, 전자책의 TTS(Text To Speech) 기반 콘텐츠와는 차별화된 전략을 선보여 주목받고 있다.
TTS는 텍스트를 실시간으로 음성으로 변환해 효율적인 정보 전달에 기여해왔지만, 단조로운 억양과 일정한 속도의 반복으로 인해 청취자가 쉽게 피로를 느끼고 몰입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었다. 이는 인간의 뇌가 본능적으로 변화와 패턴을 선호하기 때문인데, 기존 TTS 음성은 이러한 변화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했던 것이다. 특히 도서 콘텐츠에서는 서사와 감정 전달이 부족해 독서 경험이 제한되는 아쉬움이 컸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국내 최초로 오디오북 제작을 시작한 오디언은 기존 TTS의 단조로움을 넘어선 고도화된 AI 보이스 기술과 국내 최장 역사의 오디오북 제작 노하우를 결합해 보다 풍부하고 몰입감 있는 오디오 콘텐츠를 완성했다.
AI 보이스 엔진이 생성한 음성을 기반으로, 오디언의 숙련된 전문가들이 정서적 뉘앙스, 문맥에 맞춘 억양과 속도 조절, 자연스러운 구문 연결 등을 구현하며, 세밀하게 다듬고 교정하는 과정을 거친다. 특히 제작 초기 단계부터 원작 도서를 청취 중심의 콘텐츠로 재구성하고, 발음과 표현을 자연스러운 인간 음성과 유사한 리드미컬한 발화 패턴으로 최적화함으로써 청취 피로도를 현저히 낮췄다.
이렇게 완성된 AI 오디오북은 장시간 청취에도 피로를 덜어주고, 감정과 서사를 한층 생동감 있게 전달해 기존 TTS를 넘어서는 혁신적이고 품격 있는 독서 경험을 제공한다.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오디오북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이는 오디오북이 더 이상 단순한 독서 보조 수단이나 특정 계층을 위한 콘텐츠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같은 책이라도 종이책, 전자책, 오디오북 등 다양한 형식에 따라 소비 방식이 달라지는 만큼, 국내에서도 시민들이 자신에게 맞는 독서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도서관 차원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이어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