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서의 패러다임이 또 한 번 전환점을 맞고 있다. 종이책에서 전자책을 거쳐 오디오북으로 이어진 변화의 흐름은 이제 인공지능(AI) 기술의 도입으로 새로운 차원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의 발전이 아니라, 책을 소비하는 방식 자체가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AI 오디오북은 단순한 텍스트 음성 변환(TTS)에 머물거나 일부 개인 창작자들의 실험적 시도로만 여겨졌다. 그러나 2023년을 기점으로 국내 도서관에 본격적으로 보급되면서 성장세가 뚜렷해졌다.
실제로 국내 대학 및 공공도서관 약 800여 곳에 오디오북을 공급하는 오디언에 따르면, 2024년 신규 출시된 오디오북은 총 2,355권으로 이 가운데 662권(약 28%)이 AI 오디오북이었다. 2025년 8월 현재 신규 오디오북 출간 수는 이미 1,683권으로 전년의 71%에 해당하며, 이 가운데 AI 오디오북은 947권으로 전년 대비 43% 늘어나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도서관 현장에서도 변화는 뚜렷하다. 2025년 8월 기준, 도서관이 구입한 전체 오디오북 49,805권 가운데 16,120권이 AI 오디오북으로 33%를 차지했다. 이는 2024년 19%에서 불과 1년 만에 14% 상승한 수치다. ‘읽는 독서’뿐 아니라 AI 오디오북을 통한 ‘듣는 독서’가 도서관 서비스의 새로운 축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감지된다. 아마존의 오더블(Audible)은 2025년 5월 기준 AI 음성 합성 오디오북을 6만 권 이상 서비스하며, 전년 4만 권 대비 50%의 성장세를 보였다. 스포티파이(Spotify)와 일레븐랩스(ElevenLabs) 같은 플랫폼도 AI 내레이션을 적극 활용하며 소규모 출판사와 인디 작가들의 시장 진입을 돕고 있다. 특히 AI 번역과 음성 합성 기술의 결합은 한 권의 책이 수십 개 언어로 동시 출간되는 시대를 열며, 제작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국경 없는 독서를 가능하게 하고 있다.

-AI 오디오북의 기술적 진화, 기계음에서 스토리텔링으로
AI 오디오북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그 발전 양상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과거 텍스트 음성 변환(TTS) 기술은 내비게이션 안내, 전자책 보조 낭독, 공공 안내 방송처럼 ‘정보 전달’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단조로운 음성과 부족한 감정 표현 탓에 청취 경험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최근 인공지능(AI)의 발전은 단순히 글자를 기계적으로 읽는 수준을 넘어섰다. 문맥을 이해하고 감정·억양·속도·캐릭터별 목소리를 자유롭게 구현하는 것은 물론, 배경 음악과 효과음까지 더해져 독자는 마치 드라마를 감상하듯 몰입할 수 있다. 책 한 권이 온전히 하나의 오디오 콘텐츠로 재탄생하는 셈이다.
제작 방식에서도 변화가 뚜렷하다. AI가 기본 음성을 생성한 뒤 인간 성우가 감정과 뉘앙스를 보강하는 ‘협업 모델’이 등장하면서, 경쟁이 아닌 결합의 길을 열었다. 이를 통해 고품질 오디오북을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제작할 수 있게 됐으며, 기술과 창의성이 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제작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다.
물론 기존 TTS의 역할도 여전히 중요하다. 시각장애인 독서 지원이나 전자책 보조 낭독 등 정보 전달 중심의 서비스에서는 강점을 발휘한다. 그러나 모든 인물이 같은 목소리로 말하거나 감정 표현이 제한적인 한계는 여전하다. 반면 AI 오디오북은 스토리텔링과 몰입감을 전면에 내세워, 단순 낭독을 넘어 이야기의 흐름에 맞는 연출을 구현한다. 청취자는 정보를 넘어 예술적이고 감각적인 독서 경험을 누릴 수 있게 됐다.
이처럼 AI 오디오북은 이제 기술적 실험 단계를 넘어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독서 방식을 새롭게 정의하는 흐름”으로 평가한다. 학술자료 접근성 강화와 교양 강의 지원, 초등학생 어휘력 향상, 다문화 이용자를 위한 다국어 서비스 등 도서관 현장에서의 활용은 물론, 제작 기간 단축을 통해 신간과 베스트셀러를 신속히 오디오북화해 시장에 유입시키는 동력까지 갖추었다. 결국 AI 오디오북은 독서 격차를 줄이고, 도서관을 모든 세대와 계층을 포용하는 지식 허브로 진화시키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몰입형 독서를 향한 길, 진화하는 오디언의 AI plus 오디오북
전문가들은 인간 성우의 창의성과 감성을 AI가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AI 오디오북이 더 이상 실험적 기술이 아니라는 점이다.
국내 오디오북 제작의 선구자인 오디언은 2006년 성우 기반 오디오북 제작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약 1만8천 종의 콘텐츠를 선보이며 업계를 이끌어왔다. 그리고 2025년을 맞아 오디언은 'AI plus 오디오북 시대'를 선언하며 또 한 번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이미 2024년 하반기부터 약 1천 종의 AI plus 오디오북을 제작해온 오디언은 올해 들어 이를 순차적으로 시장에 공급하며, 성우 제작 노하우와 AI 기술을 결합한 차별화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타사 AI 오디오북이 단순한 텍스트 음성 변환(TTS)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면, 오디언의 접근은 한층 정교하다. 장르별로 특화된 AI 성우 음색과 말투, 자연스러운 발음과 억양을 구현해 청취자가 장면을 생생히 상상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는 단순 낭독을 넘어 감정적 몰입을 중시하는 방식으로, 지난 20여 년간 쌓아온 전문성과 경험이 반영된 결과다. 자체 고품질 기준을 마련해 텍스트 정제부터 보이스 캐스팅, 낭독 흐름 설계, 음량 정규화 후 품질 검수까지 사람과 기술이 협업하는 복합적 여정을 거친다. 이로 인해 청취자는 단순 낭독이 아닌 풍부한 청각적 경험을 얻을 수 있으며, 도서관 현장에서도 신뢰할 수 있는 다채로운 서비스를 제공할 기반이 마련된다.
더불어 최근 업계에서 뜨거운 논란이 된 전자책 기반 TTS의 저작권 침해 문제를 피하기 위해, 오디언은 출판사 및 저자와 직접 계약을 체결한 후 제작을 진행한다. 이를 통해 저작권 우려를 해소하고, 도서관과 이용자들이 안심하고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
-집중력에서 어휘력까지, 오디오북 효과에 주목하는 오디언
오디언이 AI plus 오디오북에 공을 들이는 배경에는 오디오북의 교육적·인지적 효과를 입증한 다양한 연구가 있다.
국제 연구에 따르면 오디오북은 해독력과 이해력 향상, 정서적 웰빙 증진, 난독증 학생 지원 등에서 효과가 확인됐다. 특히 아동기는 집중력·어휘력·배경지식 습득에 도움을 주며, ‘읽으면서 듣기(Read While Listening)’ 방식은 외국어 학습과 유창성 발달에도 효과적이다.
영국의 국가문해력위원회(National Literacy Trust)의 2024년 조사에 따르면 아동의 약 42% 이상이 오디오북 듣는 것을 즐기며, 약 37%가 오디오북이 오히려 독서 흥미를 자극했다고 답했다. 배경 음악과 음성 표현은 몰입감을 키우고, 멀티태스킹과 가족 단위 이용을 가능하게 해 확산을 촉진한다.

국내 연구에서도 한국어 초급 학습자의 오디오북 활용이 학습 동기와 이해력 향상에 긍정적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 현장에서는 오디오북이 학습 부담이 큰 학생들의 접근성을 높이고, 종이책·전자책과 병행할 때 효과가 극대화된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AI 기술이 주목받는 시대, 오디언의 도전은 오디오북 시장에 새로운 청취 경험을 제시하며, 독자와 도서관 모두에 한층 진화한 독서 환경을 약속한다. 앞으로 이 흐름은 독서 콘텐츠의 지평을 더욱 넓힐 것으로 기대된다.